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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위험성

choisiwon 2025. 6. 21. 19:50

여름이면 우리 가족은 계곡으로 갔다. 계곡은 도시의 무더위와는 다른 시원함을 품고 있었고, 발등을 스치는 물살은 무더운 여름도 흘려 보내주었다. 물놀이를 끝내고 나면 따뜻한 바위 위에 누웠다. 따듯한 바위에서 여름 바람을 맞으며 취하는 낮잠은 무척 달콤했다. 깊은 물 속의 고요함에 잠기는 시간도 좋았다. 물속에서는 바깥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오직 내 심장 소리만 들렸기 때문이다.

 

아직도 계곡과 관련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동생과 물놀이를 하다가 일어난 일이다.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는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동생이 수면 위로 올라온 나의 장비를 장난삼아 손으로 막았다. 갑자기 숨이 막히며 나는 당황했고, 끝내 수면 위로 올라가지 못한 채 기절하고 말았다. 다행히 부모님의 도움으로 깨어났지만, 나는 익사가 쉽게 일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계곡에 갈 때면 늘 주위를 살폈다. 잠수하기 전에 주변에 동생이 있나 확인하고 주변에 어른이 있어야만 물속으로 들어갔다. 위험은 무방비할 때 찾아오는 걸 직접 겪고 난 뒤부터는 물속에서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조용한 물처럼 잘못하면 나도 조용해질 수 있음을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계곡은 매년 여름마다 떠오른다. 물속에 잠겨 있을 때면 기절했던 기억도 어김없이 떠오르지만, 물속이 주는 안정감이 더 컸다. 계곡은 조심해야 할 곳이지만, 동시에 나에게는 편안함을 주는 장소이다.